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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회화전의 제목인 ‘빈지-퍼지 신드롬(Binge-purge syndrom)’은 '이상 식욕 항진증'을 뜻하는 의학용어이다. 만복감을 느끼지 못하여 식욕이 비정상적으로 지속되거나 특정음식에 현저한 식욕을 느끼게 되는 이 병리적 증상은 이번 전시에서 '존재의 상대적 혹은 절대적인 결핍'에 대한 강한 메타포로서 작동한다.

이는 실상 얼마나 잘 가꾸어진 몸을 가졌는지가 빈번하게 한 인간이 지닌 정신과 물질의 지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현 세태에 대한 풍자이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존재론적인 배고픔이며 채워지지 않는 욕망, 더 나아가서는 초월에 대한 열망을 드러낸다.

또한 이번 전시에 소개될 이정민의 회화 작품들은 동양화의 오랜 재료인 먹과 아크릴 물감의 비친화적 성격을 조화시키는 실험을 전제로 한다. 두 재료가 서로 용해되지 않는 비친화성은 붓자국을 매우 민감하게 평면에 '기록'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이는 단순히 재료의 문제만이 아니라 미학적으로 원근법과 광학을 넘어 '만지는 눈' 즉 '촉지적' 회화의 가능성을 더욱 확장시키는 것이다.

서구의 회화와는 달리 전통 동양화가 애초에 재현(representation)의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지필묵이 가진 재료의 속성과 매우 밀접하며, 반대로 재현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서구 미학은 그야말로 풍성한 예술적 담론의 장을 생성시켰다. 이처럼 작가 이정민은 동서양 미학에서 선취된 성과들을 화면에서 보다 자유롭게 교유시킴으로서 낯설고 새로운 회화적 영토의 확장을 모색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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